1.6 SEC. VIDEO | STILLS


<1.6초>/ "1.6 Sec.", 2 Channel Video Installation, 10-15min. loop, 2016, Documentation

 

The two-channel video work explores the perspectives of robots in a car factory, as well as the camera that imitates their movements. The contrasting sense of time between the machines and human beings results in conflicts, with the camera favoring the lifelike movements of the robots over the machine-like movements of the factory workers on the assembly line.

작가노트:
촬영 당일 나는 공장 측으로부터 계획대로 촬영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촬영을 위해 고가의 모션컨트롤 카메라 장비와 조명 및 스탭을 준비한 나로서는 당황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가 협력해준 덕분에 촬영을 큰 차질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촬영 이틀 전 발생한 노사분규였다. 공장 측 관계자는 이번 노사분규가 로봇의 생산시간을 1.6초 단축하는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로봇 하나의 세팅을 1.6초 빠르게 맞추면, 생산라인의 근로자는 수많은 로봇의 새로운 박자에 맞춰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오차 없이 작업 해야한다는 것은 고도의 스트레스 요인이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노조의 반발이 거셌던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2교대를 3교대로 바꾸고 휴식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타협해 문제는 해결되었다.

작가로서 내게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노사갈등의 근원이 고작 1.6초의 시간차라는 사실이었다. 그간 대량생산 공장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생명 없는 기계 대 유기체로서의 인간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공장에서 가장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로봇이었고 생기 없는 회색 빛의 얼굴은 인간이었다. 기계의 일률적인 반복 동작에 인간의 생체리듬을 맞추기 힘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계 박자에 길들여져 기계의 유기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계화된 인간이 문제였던 것이다.

로봇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므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로봇의 센서나 모터가 인간의 감각 및 근육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보인다. 내 눈에는 로봇이 빨라 보이므로, 만약 로봇의 시선으로 나를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느려 보일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감각은 시간을 통해 느껴지고 로봇과 인간의 시간은 차이가 나므로, 로봇의 감각은 인간의 감각과는 전혀 다른, 나의 상상 밖의 감각일 것이다. 인간인 나는 로봇에 없는 감정과 직관이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로봇보다 더 많은 정보를 느끼고,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예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 감정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다기보다 조직과 사회에 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감정은 나 자신보다 타자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데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정 없이 움직이는 로봇의 동작을 보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까?

박경근, 2016